20여년 전의 뭐든 시도해 보던 시기이던 나는,
국내 최초로 쇼핑몰 상품 촬영 이미지 대행업이라는 업을 만들어 작은 시작을 했었다.
그때는 전부 사람 손으로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던 시절이었다. 사진 조명, 스타일링, 포토샵 보정, 컷 분할까지… 수작업의 연속이었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매일 아침이 “오늘은 어떤 신상을 촬영할까”라는 설렘이었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모델과 협업하며 스타일을 잡아가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셔터를 누르는 찰나마다 느껴지던 물건의 질감과 빛의 움직임, 그걸 디지털로 옮기기 위한 빛 조절, 색 보정, 그라데이션 작업… 이 모든 게 내 손끝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과정이 어제처럼 인공 지능(AI)에 의해 순식간에,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AI가 사진 속 상품을 인식하고, 배경을 제거하거나 대체, 조명 효과를 자동 보정해준다. 기존에는 수십, 수백 컷을 열심히 작업하던 것이 이젠 자동화된 플러그인 몇 번 클릭으로 끝난다. 마치 내가 손에서 놓아준 붓을 AI가 가져가 그림을 그려내는 느낌이랄까.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업무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한다. 예전에는 “누가 더 예쁘게 잘 찍었나”가 작업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이고 감각적으로 작업을 구성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나는 이 점이 특히 흥미롭고 의미 있다고 본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에너지는 모두 손끝의 감성과 시행착오에서 나왔다. 빛 한 줄기를 잡기 위해 스탠드를 재배치하고, 카메라 세팅 값을 맞추는 과정에서 느낀 집중과 성취감은 여전히 소중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수고를 대신해주는 편리함이 있고, 덕분에 더 높은 차원의 크리에이티브와 전략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AI가 내가 하던 일을 대신한다고 실망하지 말자. 오히려 그만큼 중요한 ‘다음 레벨’의 역할이 생겨난 것이다.”
AI가 이미지 촬영과 보정의 단순 반복 작업을 맡는 시대, 우리는 그 빈자리를 채울 진짜 사람다운 감성과 스토리, 그리고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20대의 내가 꿈꾸며 열정으로 찍어댔던 스튜디오 한 구석보다 더욱 확장된 세상에서 펼쳐질 것이다.